한 권으로 엮인 20년의 니트 디자인 연구, 이연희 교수의 책 출간 이야기

작성자 응용미술교육과 / 김혜원
등록일 2025. 4. 29
공지분류 교육가 뉴스
조회수 22

용어 정리부터 실제 패션 디자인까지 총망라한 '니트 패션 디자인' 출간
이론부터 실무까지 도움이 되는 안내서
"무엇을 해도 길이 될테니 용기를 갖고 도전하길"

"니트는 그저 실로 옷을 짜는 기술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를 읽고 사람을 키워내는 도구다"

▲ 이연희 의류학과 명예교수. © 한양대
▲ 이연희 의류학과 명예교수. © 한양대

이연희 의류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7일 책 <니트 패션 디자인>을 출간했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니트를 가르치고 연구해 온 이 교수의 책은 단순한 기술서에 그치지 않는다. 니트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부터 실무 디자이너까지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현장형 입문서다. 니트 패션과 관련한 전문 서적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이 교수의 책 출간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니트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를 엮어온 이 교수의 시간은 서로를 잇고 문화를 전하는 과정이었다. '니트를 안다는 것'의 폭을 깊고 넓게 펼쳐, 니트 패션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 교수를 만났다. 

 

이론과 실전을 아우를 수 있는 안내서

이 교수의 <니트 패션 디자인>은 니트 패션 관련 용어 정리부터 실제 작품 디자인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책 내용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니트의 개념과 역사, 두 번째는 실과 게이지(정해진 면적 안에 들어가는 코와 단의 수) 및 니트의 다양한 조직 등 구성 요소에 관한 설명, 마지막은 다양한 작품 예시 및 제작 과정이다.

 

▲ 책 '니트 패션 디자인'은 니트를 배우는 학생들부터 실무 디자이너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참고서다. © 이연희 교수
▲ 책 '니트 패션 디자인'은 니트를 배우는 학생들부터 실무 디자이너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참고서다. © 이연희 교수

책은 '게이지나 편직 방식이 옷의 형태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한다. 이 교수는 "실 하나의 변화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감각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니트 디자인과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책이 이론과 실전을 아우를 수 있는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창의성, 문화, 지속 가능성을 향한 고민의 결과물

이번 책은 단순한 수업 교재를 넘어 오랜 연구의 집약물이다. 이 교수의 니트 연구는 2006년 BK21 니트 패션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그는 유학생들과의 공동 연구부터 전통문화와의 융합,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리사이클링 등의 사회적 패션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중국 유학생들과의 공동 연구를 회상하며 "그들이 본인들의 문화 배경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을 보며 큰 영감을 받았다"며 "그에 비해 우리는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 니트와 전통문화와의 혼합을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끌어 왔다. 20여년간 의류학과 패션쇼를 진행해 온 이 교수는 한양대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패션쇼를 떠올리며 "힘들게 완성한 제자들의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뭉클하고 울컥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편으로는 패션쇼가 끝나고 버려지는 옷들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옷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관한 새로운 연구 주제를 생각해 본 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이 교수는 전통문화, 사회적 패션, 친환경 소재를 응용해 새로운 니트 디자인을 만들고 연구 중이다. © 이연희 교수
▲ 이 교수는 전통문화, 사회적 패션, 친환경 소재를 응용해 새로운 니트 디자인을 만들고 연구 중이다. © 이연희 교수

이 교수는 현재 젠더리스 디자인, 친환경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니트를 하나의 실용 기술로 보지 않고, 창의성·문화·지속 가능성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의미 있게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패는 더 나은 성공이 될 것"

지난 2월에 퇴임한 이 교수는 니트와 관련한 리사이클링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핸드 니트를 기반으로 니트 디자인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실무 교육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는 "현재 니트 분야에는 전문가가 부족해서 실무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며 "니트는 기초부터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한양인들에게 격려의 한 마디를 남겼다.

"여러분들이 꼭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에 관해 확신이 없더라도요. 해봐야 결과를 알잖아요. 저도 실패한 순간이 있었어요. 그러나 한 번도 '그 때 시작하지 말 걸' 하는 후회는 없어요. 실패를 경험하며 더 성장하고 배웠거든요.

때로는 생각 없이 부딪혀보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실패는 결코 끝이 아닙니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