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이 넘쳐나는 현재, 젊은이들은 '취업과 창업'이라는 두 갈래에 서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일상 속에 당연한 단어가 된 '창업'. 과연 창업의 시대로 변화하는 흐름에 정부도 발맞춰 따라오고 있을까.
김동열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물고기 던져주기> 저서를 통해 정부의 창업벤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업벤처 정책 40년사를 정리하고 미래의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김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저서 <물고기 던져주기>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학사·석사·박사 과정에서 경제학과 정책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경제와 정책 분야를 연구했어요. 관련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연구하다가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경제 정책 범위 안의 중소기업 정책, 더 세밀하게 창업벤처 정책을 깊이 파헤치게 됐죠. <물고기 던져주기>는 그렇게 시작됐어요.
<물고기 던져주기>의 부제는 ‘창업벤처 40년 톺아보기’에요. 말 그대로 중소기업진흥법개정안이 발의되고 창업조성지원사업의 창업 정책을 처음 시행했던 전두환 정부부터 현재까지의 창업벤처 정책 40년사를 정리한 것이죠. 창업벤처 정책의 내용과 구조·성과·부족한 점·변화까지 창업벤처 정책을 전반적으로 톺아본 책입니다.
제목을 <물고기 던져주기>로 지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물고기 던져주기>는 현재 '한국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상징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창업 정책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인허가하는 권위적인 방식이 많습니다. 이는 잡은 물고기를 던져주는 식인 것이죠. 그러나 물고기를 던져주기 식으로 미래의 한국 창업 정책을 설계하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현재 창업벤처 정책과 정부의 현주소가 궁금합니다.
한국의 창업 정책은 잡은 물고기를 던져주는 '직접 개입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즉, 정부가 앞서가고 뒤에 기업에 따라오는 방식이 많아요. 창업한 기업 중 수혜 기업을 직접 선발하고 직접 대출하고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은 기업이 정부의 정책과 자금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요. 이것은 벤처기업의 자립성과 경쟁력이 약화 시킵니다. 지원 정책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잡은 물고기를 던져주는 방식은 기업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정부가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간접 개입 방식'은 민간기업이 기술 개발을 하거나 연구 개발 투자를 하면 정부 측에서 세금 감면이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민간에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도록 하고 정부는 옆에서 도와주는 방식인 것이죠.
이렇게 성장한 창업 기업들은 스스로 경영 자립심과 자생력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직접 지원금이 아닌 세금 감면, 정보 제공,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창업 기업을 지원하기에 자금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향후 창업벤처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좋은 목표라고 해도 나쁜 수단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우리는 정부 주도의 기업 발굴 방법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표를 지닌 정책이라고 해도,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규제를 무력화하는 시도가 생기는 등 나쁜 수단에 의해 왜곡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여야 하죠.
2020년 기준 ‘창업 기업의 5년 후 생존율’ 지표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의 평균인 45%에 한참 못 미치는 34%를 기록했어요. 이같은 수치상의 차이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안깁니다.
물론, 당장의 창업 기업 살리기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다수를 이룬다는 것이 문제예요. 정부의 직접 개입 방식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간접 개입 방식이 많아져야 합니다. 창업 기업에 투자한 엔젤(밴처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대가를 받는 형태), 액셀러레이터(밴처 기업의 성장 가속화를 위한 프로그램), 벤처 캐피털(밴처 기업에 무담보로 주식 투자하는 형태) 등에게 인센티브 지급하는 정책과 더불어 창업에 대한 경험·네트워킹·교육 공간을 제공하는 역량 형성형 정책 수단이 더욱 많이 사용돼야 해요.
책을 관통하는 '정책 수단'이라는 렌즈는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한 수단, 즉 정부가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도구와 수단을 의미합니다. 시장이 앞서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정책 수단이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죠. 이런 식으로 창업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 해당 생태계가 계속해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독자들이 집중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경쟁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물고기 던져주기> 결론 부분에 있는 말이에요.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요소 주도형 경제가 아닙니다. 효율 주도형 경제도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 혁신주도형 경제에 속한다는 것이 OECD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러하듯 우리도 저성장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예요. 국내 기업들도 선진국 경제, 창조경제, 혁신주도형 경제, 글로벌 경제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창업 기업의 자생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과정이 마냥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방법을 통해 창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미래 창업 기업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교수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삼多'(삼다; 많이 읽기, 많이 쓰기, 많이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저 또한 꾸준히 '삼多'를 생각하면서 좋은 논문과 책을 쓰고 싶어요. 은퇴를 앞둔 현재, 한국 기업들이 성장해 온 과정을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 기업 관련 정책이나 기업의 역사를 정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한양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양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두 가지의 말이 있습니다. ‘일만 시간의 법칙’과 ‘한 우물을 깊게 파라’에요. 두 말 모두 어떤 목표를 향해서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세대의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해요.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고, 불안한 현재라고 느낄 수 있지만 스스로를 믿고 한 우물을 판다면 여러분의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예요. 모든 한양인 여러분 응원합니다!
출처: https://www.newshyu.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6543
댓글달기